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입니다. 수리남 감상 후기입니다. 결말이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시놉시스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작은 나라 수리남에서 마약왕으로 지내던 전요환을 잡아서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민간인과 국정원이 공조 수사를 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코드명 K로 불려지는 강인구는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어릴 적 꿈이었던 유도를 포기하고 생업에 뛰어들게 됩니다. 미군 부대 근처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차리고, 단란주점, 미군 부대 식재료 납품 등 3가지 사업을 하던 중 어느 날 중학교 친구를 만나 수리남에선 홍어를 먹지 않아 버려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버려지는 공짜 홍어를 국내로 가져와 팔면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동안의 사업을 정리한 자금을 가지고 수리남으로 떠납니다.

수리남 도착해서 군 실세에게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주면서 사업을 진행하던 중 중국계 갱 단으로부터 사업을 진행하기 힘들 정도의 큰돈을 상납하라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주말에 찾아간 한인 교회에서 만난 전요한 목사는 직접 차이나 타운에 찾아가 상납을 무마시킵니다.

여러 가지 사건을 극복하고 한국으로 보낸 홍어는 유럽의 세관에 붙잡히고, 홍어의 뱃속에서 코카인이 발견됩니다. 이 일로 강인구는 징역을 살게 되고, 전 재산을 잃게 됩니다. 복역 중인 강인구에게 국정원 요원이 찾아와 코카인 반입이 전요환이 벌인 일이며, 수리남의 마약왕인 전요환을 잡도록 공조해 주면 잃어버린 재산을 복구시켜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감상평

몰입을 방해하는 먼치킨 주인공

강인구는 한국과 중국의 갱단을 상대로 두둑한 배짱과 언변, 작전 수행 능력을 보여줍니다. 이 점 때문에 보는 내내 "민간인이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브라질 국경에서 수배대와 총격전을 겪은 이후 국정원의 최 팀장에게 전화할 때부터 이런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죽었어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코카인을 가지고 되돌아오고, 팔에 총을 맞고 치료를 받는 모습도 덤덤합니다. 마치 총격전은 흔하게 겪었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1화에서 소개된 강인구의 과거 행적만으로는 수리남에서의 대범함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비록 어릴 적 유도를 해서 싸움에도 능하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어둠의 세계를 많이 봐왔다고 하지만 사람을 잔혹하게 죽이거나 총을 마주하는 일은 많지 않았을 것인데 말입니다. 눈앞에서 다른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전기톱으로 썰려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조롱하거나 농담을 건네는 모습을 보며 5회부터는 오롯이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의문이 남게 되는 전개와 결말

왜 인지 모르겠지만 쉽게 사람들을 제거하던 갱단 두목들이 강인구는 처리하지 않는 것도 많이 의아했습니다. 온갖 잔인한 장면은 다 보여주며 강인구는 어찌하지 못하고, 오히려 강인구가 그들 위에서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강인구가 최 팀장에게 실망하고 차라리 갱단에게 붙어서 한국에 코카인 장사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마약왕 전요환 조차 지난번 홍어를 통해 밀반입하려다가 실패를 했는데 그 도 못한 일을 마약 사업이라곤 해본 적 없는 강인구가 할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 장면에서도 강인구의 갈등을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한국으로 보낼지 방안이 이야기 속에 드러났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을 것입니다.

결말에서도 수도원에 갇힌 아이와 엄마, 신도들이 어떻게 됐는지 속 시원하게 풀어내지 않았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입니다. 마지막에 충분히 강인구를 죽이고 도망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전요환이 강인구를 쏘지 않았던 것도 이상합니다. 결국 작품을 보는 내내 "왜 주인공을 안 죽이지?"라는 물음표만 머리에 남게 되었습니다.

변기태 스핀 오프

하정우는 주인공에게 너무 집중되지 않고 주변인들이 잘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이번 작품에서 본인의 역할이라고 밝혔는데요. 수리남에서 가장 돋보인 건 변기태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음 시리즈로는 함께 언더커버로 활동한 변기태를 주인공으로 수리남 프리퀄을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눈길을 끈 배우는 변기태 역의 조우진이었습니다. 변기태의 시선으로 다시 드라마를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줄 것 같습니다.

탄탄한 배우 라인업을 보는 재미

연기력이라면 국내에서 탑으로 인정받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만큼 배우 하나하나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대만의 유명 배우 장첸까지 합류하여 멋진 누아르를 보여줍니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뿜 뿜 하는 사내들의 눈빛 연기가 일품인 작품입니다.

총평

전반적인 흐름은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제가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을 재미있게 보아서 기대를 많이 했던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화를 토대로 한 이야기라는 점이 작품의 무게감을 주었고,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곳곳에 반전의 묘미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호흡이 긴 시리즈는 첫 연출로 알고 있는데, 만약 영화로 제작되었다면 더 긴장감이 높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너무 비판만 한 거 같아서 망작이 아닌가 싶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뭔가 의문이 남으면 집중을 못하는 성격이라서 그런 것이니 개인 의견으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같이 본 제 아내는 6편 내내 재미있다고, 연기들 잘한다고 계속 칭찬을 했습니다.

극 전체에 예상을 깨는 반전 포인트들이 상당히 많고 그 반전들은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인물 하나하나의 이해관계와 욕망을 위해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하는 점도 좋았습니다. 갑자기 이상한 트롤 짓으로 스스로 위험에 빠뜨리는 장면은 전혀 없었습니다. 상당히 고심하고 잘 짜인 각본이라고 생각합니다.